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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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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정보

전통 정원의 중심요소, 연못



연못은 지당이라고도 불리는데, 감상 또는 위락을 목적으로 정원의 일부로 조성된 인공 또는 반 인공적인 못을 통칭한다. 연못은 우리 전통 정원에서 중심적인 요소 연못 주변에 언덕을 만들고 정자와 누각 같은 건물을 세우고, 못 가운데에는 섬을 만들어 인공적인 경관을 창조하였다. 각종 문헌의 옛 정원에 관한 기록에는 모두 예외 없이 “못을 파서 산을 만들고 화초 등을 심었다”는 표현이 있어 연못의 조성을 우선시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전통 연못 양식의 특징은 누각이나 정자와 같은 고정된 한 공간에서 그 앞에 펼쳐진 경관을 관조하는 것으로, 이는 굴곡이 많은 정원 길을 따라 산책하면서 차례로 변화 많은 경관을 즐기는 서양과는 다르다.



자연 중심의 연못 조경



연못을 중심으로 한 우리의 전통 정원은 자연경관을 주로 삼고 인공경관을 종의 위치에 두었다. 이러한 조성의 배경에는 인간은 자연 위에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관념과 지나친 기교와 인위를 싫어하는 한국인의 선천적인 특성이 반영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연못에 대해서는 <<삼국사기>> 진사왕 7년(391)에 “집을 다시 수리하고 못을 파고 산을 만들어서 진귀한 짐승과 이색적인 꽃을 심었다”는 기록이 있고, 동성왕 22년조(500)에 “궁 동쪽에 임류각을 세웠는데 높이가 50자이며, 또 못을 파고 진귀한 짐승을 길렀다”는 기록이 있다.

전문정보

자연에 순응하는 무릉도원(武陵桃源), 전통연못



조선시대의 연못은 방형, 자연형, 원형, 곡수형 등 다양하지만 방형의 방지(方池)가 68.6%로 다수를 차지한다. 기본적으로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전통적 우주관을 반영해 방형의 못에 원형의 섬을 만들었다. 따라서 조선시대 연못의 전형적인 양식은 네모난 연못인 방지에 원형의 섬을 배치한 방지원도(方池圓島)라고 할 수 있다. 연못 속의 섬에는 수목을 심었는데, 이는 완상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시선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수목으로 시선을 차단해 연못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없게 하여 감상자가 연못 주위를 이동함에 따라 새로운 공간이 전개되고, 사라지며 보이지 않는 부분은 보는 사람의 상상과 기대에 맡기는 공간에 대한 흥미를 높이게 한다.

연못 속에 심는 식물의 종류는 연꽃이 98.6%에 이르는데, 이는 북송 대 유학자 주돈이(周敦頤, 1107-173)가 쓴 <애련설(愛蓮說)>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연못 속에 조성한 섬에 심은 식물은 소나무, 배롱나무, 대나무가 74%를 차지하는데, 소나무와 대나무는 각각 십장생의 하나이기도 하지만 유학적 세계관에서도 군자의 덕을 대변하는 식물이다. 이 밖에도 버드나무는 대부분 지역의 연못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배롱나무와 대나무는 난대성 식물이므로 주로 남부지방에 많이 심어졌다.

전통 연못 조경 양식을 대표하는 곳 중의 하나가 명옥헌(鳴玉軒)이다. 송강(松江 정철(鄭澈)의 아들 정홍명(鄭弘溟, 1582-1674)이 쓴 <명옥헌기(鳴玉軒記)>에 따르면 한림원 기주관(記注官)으로 있던 오희도(吳希道, 1583-1623)가 어머니를 따라 외가인 순천 박씨 마을에 정착한 이래 그의 아들 오명중(吳明仲)이 아버지를 기리기 위해 지금의 자리에 초헌을 지어 당호를 명옥헌이라고 이름한 것이 명옥헌의 기원이었다. 정자인 명옥헌과 하지(下池)로 이루어진 명옥헌 별서는 자연에 귀의하고자 했던 오명중의 자연관이 반영된 곳이다.

명옥헌의 공간은 진입공간, 하지(下池) 주변 공간, 정자(亭子)주변 공간, 상지(上池)주변 공간 등으로 구성되어, 명옥헌을 중심으로 큰 사다리꼴의 하지와 작은 사각형의 상지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명옥헌 정자는 정면 3칸, 측면 2칸이며 사방이 마루이고 가운데에 방이 있다. 계류(溪流)에서 물이 흐르면 옥구슬이 부딪히는 소리가 난다고 해서 명옥헌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명옥헌은 전면에 꾸민 방지와 주변에 심은 배롱나무, 소나무 그리고 왕버들이 주된 조망대상이 되고 있어 다른 별서 정원과는 달리 인공적인 경관이 대경(對景)을 이루고 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이 정원 속에는 가공석재를 쓰지 않고 장식용인 첨경물도 도입하지 않았으며 경계를 표시하는 담도 없는 매우 서민적인 자연 속의 옥외생활 공간이라는 점이다. 명옥헌은 또한 계류의 물을 이용해 연못을 꾸민 점과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영경을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정자를 짓고 지(池) 안에 배롱나무를 자연스럽게 도입한 양식으로도 주목된다.

연못은 상지와 하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하지는 명옥헌 남쪽 낮은 곳에 있는 동서 20m, 남북 40미터 크기의 장방형 못으로 자연암반의 경사지를 골라서 양쪽 편에만 둑을 쌓아 만들고, 그 중앙에는 흙으로 쌓은 둥근 섬이 있는 일종의 방지원도형 연못이다. 주변에는 20여 그루의 배롱나무가 심어져 있어 초여름에서 늦가을까지 분홍빛 꽃의 바다를 이룬다. 또한 그 바깥으로 노송이 열 지어 서 있고 그 사이로 멀리 무등산이 보인다. 그런 점에서 명옥헌 정원은 주변의 자연경관을 차경으로 끌어들인 자연순응적 정원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하지의 동남쪽 지안에는 자연 암반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어 마치 인위적으로 수석을 놓아 장식한 듯 보인다. 이 못은 자연경관과 함께 주위의 수목과 정자가 연못에 투영되어 못 속에 담긴 아름다운 영경을 볼 수 있도록 조경한 영지(影池)이다. 명옥헌의 장관은 이곳에서 바라다 보이는 하지 일대의 경치로 여름에 배롱나무 꽃이 일시에 피어나면 마치 무릉도원을 연상케 한다.

또 하나의 연못인 상지는 명옥헌 뒤 서쪽 비탈면에 조성된 6미터, 11미터 크기의 방지인데, 이 연못 안에는 높이 1.3미터, 지름 4.7미터의 바위가 있어 물 속의 바위섬을 이루고 있다. 상지의 위쪽 계곡 가에는 암반이 깔려 있어 쉬면서 더위를 식히기에 알맞다.

비교대상

담양후산리명옥헌원림



명옥헌은 시도기념물 제44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전남 담양군 고서면 산덕리 513번지에 위치한다. 주위 경관을 그대로 살려 만든 명옥헌은 1,300여 평의 넓은 뜰에 아담한 정자 그리고 깨끗한 시냇물과 연못, 연못가의 배롱나무와 노송이 조화를 이루어 독특한 분위기가 난다. 명옥헌 건물은 정면 3칸, 옆면 2칸의 팔작지붕 건물이다. 정자 한 가운데에 한 칸 넓이의 방을 꾸며 놓았다. 건물 동편에는 또 하나의 네모난 연못 방지를 꾸며 놓았다. 건물을 오른쪽으로 끼고 돌아 개울을 타고 오르면 조그마한 바위 벽면에 ‘명옥헌 계축’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임청각군자정 연못



임청각은 보물 182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경북 안동시 법흥동 20번지에 위치한다. 이 임청각 내에는 별당건물인 군자정과 군자정 오른쪽에 있는 방형의 연못이 포함되어 있다. 이 연못의 크기는 가로 64미터, 세로 79.3미터이며 깊이 0.95미터다. 연못의 중간에는 원형의 돌로 된 당주를 만들어 입수구로 사용하였으나, 현재 돌에 입수구의 흔적만 보이고, 사용여부는 명확하지 않다. 물은 진흙으로 된 바닥에서 들어오는 것으로 보인다. 자연석으로 쌓았으나, 남쪽과 동쪽은 다듬은 돌로 마름모 쌓기를 하여 보수한 흔적이 있다. 연못 주변은 낮은 나무가 정원수 삼아 심어져 있다.



담양소쇄원



소쇄원은 사적 304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전남 담양군 남면 지곡리 123번지에 위치한다. 이 정원은 양산보가 만든 조선 중기의 대표적인 원림으로 당시 사림들의 시가활동의 중요 무대가 되었던 누정 시단의 하나이다. 정원의 평면적인 모습은 계류를 중심축으로 하는 사다리꼴 형태이며, 흙으로 새 메움을 한 기와지붕의 직선적인 흙돌담이 외부와 경계를 이루고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계곡의 경사면들을 계단으로 처리한 노단식 정원의 일종이지만, 구성면에서는 비대칭적인 산수원림이다. 이 정원은 대숲속의 오솔길, 지형에 따라 변화있는 담 지붕의 선, 담 밑에 뚫린 수문 등 낭만적이고 장식적인 조경으로 원림의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다.